조양호 회장 USC서 폐수술 "질병 핑계 비판 우려 숨겨"
조양호(70·사진) 한진그룹 회장이 7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사망 원인에도 관심이 쏠린다. 조 회장의 충격적인 별세 소식만큼 그가 병을 앓고 있었다는 점도 세간을 놀라게 했다. 조 회장이 6개월전 마지막 공식 석상에 나타났을 당시 병세를 의심할 수 없이 건강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. 그는 지난해 10월 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'문희상 국회의장 초청 한미재계회의 30주년 기념 오찬 간담회'에 한국 측 위원장으로 참석할 당시 활발한 모습으로 회의 석상을 누볐던 것으로 전해졌다. 이에 따라 한진그룹도 조 회장의 부고를 처음 알리면서 사인에 대해 "숙환으로만 안다"며 "정확한 병명이나 사인은 파악 중"이라고 감췄다. 그러나 사인을 두고 갖가지 '설'이 나돌자 사망 발표 40여 분 만에 조 회장의 사인이 폐질환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. 이후 구체적인 병명을 두고도 폐암, 폐섬유화증 등이 거론됐지만, 그룹 측은 이에 대해 더는 구체적으로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. 다만 조 회장 측이 지난해 영장실질심사 당시 검찰에 '폐가 섬유화되는 병'이라고 밝힌 점으로 미뤄 폐섬유화증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. 폐섬유화증은 폐가 섬유화되면서 점차 딱딱해지고 기능이 떨어져 결국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르는 질환이다. 그룹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해 12월 초 LA로 건너와 병원에서 폐질환 관련 수술을 받았다. 당시 그룹 측은 조 회장의 방미에 대해 LA에 있는 윌셔 그랜드호텔 등 사업장 방문과 요양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. 하지만, 미국으로 출국할 당시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업무를 보지 않았고, 수술 후 LA에 있는 자택과 호텔에 머무르며 통원치료를 받았다는 게 그룹 관계자의 전언이다. 한 소식통은 "조 회장이 뉴포트비치 별장에 머무는 동안에 USC 메디컬센터에서 치료는 받았던 걸로 들었다"라고 전했다. 검찰의 기소로 재판을 앞둔 조 회장이 작년 말 출국금지 조치 되지 않고 미국으로 향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폐 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. 재계 관계자는 "조 회장이 실제로도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,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고 숨긴 것은 당시 조 회장 일가에 대한 여론이 워낙 나빠 질병을 핑곗거리 삼는다는 비판을 받을 것을 우려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"고 말했다. 조 회장의 장례절차는 현지에 있는 유족과 한국에 있는 한진그룹 사장단이 상의해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. 현지 소식통은 "LA국제공항의 대한항공 화물 전용 터미널을 이용해 운구 과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"라고 말했다.